세상에서 가장 비싼 약 ‘솔리리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약 ‘솔리리스’
  • 손정은 기자 (jeson@k-health.com)
  • 승인 2014.10.2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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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리스는 30ml 병당 가격이 국내 기준 669만원이다. 환자 1명당 1년에 드는 약값만 5억원에 이른다. 세계 최고가약이다.

이렇듯 어마어마한 약값부담을 안고가야 하는 환자는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이하 PNH)’을 앓는 이들이다. 이 병은 적혈구세포막을 구성하는 단백성분 생성 X-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야간에 용혈현상을 일으켜 혈색소변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PNH는 심한 용혈로 인한 혈관 내 혈전으로 급성신부전이나 조혈기능 저하에 따른 잦은 감염·출혈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백혈병이나 골수섬유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할 수 있다. 환자 3명 중 1명은 진단 후 5년 내 사망한다.

환자들에게 합병증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약값이다. 물론 솔리리스도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된다. 2012년부터 급여화가 이뤄졌는데 희귀난치성질환이기 때문에 급여혜택을 받는 환자들은 약값의 1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PNH환자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PNH환자수는 약 300~600명 정도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30여명만이 급여혜택을 받고 있다. 워낙 초고가약이다보니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사전심의위원회에서 승인받은 환자에 한해서만 급여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승인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점도 문제다. PNH환우회 임주형 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죽음이 임박한 경우’가 돼야 치료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솔리리스 급여기준은 PNH 과립구 클론크기가 10% 이상이고 LDH(젖산탈수효소)가 정상 상한치의 1.5배 이상이며 지난 12개월 동안 적혈구 수혈(최소 4units)을 받은 18세 이상 환자다. 여기에 혈전증, 폐부전, 신부전, 평활근 연축 중 한 가지 이상 만족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환자들로서는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 증상이 악화되기를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호주의 경우 위 증상들 가운데 최소한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급여가 인정된다.

솔리리스는 PNH환자들에게 유일한 치료제이자 희망이다. 건강보험재정 때문에 치료제 접근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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