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이유
집단이 폭력적으로 변하는 이유
  • 장은영 한양대 구리병원 교수
  • 승인 2014.08.29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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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군에서 일어난 비상식적인 사건들이 알려지면서 폐쇄적 집단에서 벌어지는 공격·폭력이 회자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설명되고 전달되는 과정에서 집단이 공격성이나 폭력이 수반되는 것처럼 오인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에는 공격성에 대한 고전적인 심리학실험과 시사점을 소개하려 한다.

일상에 무리 없이 적응하고 문제없이 생활하던 사람들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할 때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실험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밀그램의 복종실험이고 다른 하나는 짐바르도의 감옥실험이다. 이 둘 모두 발표 직후 실험에 포함된 비윤리적인 요소나 인권침해적인 특성 때문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권이나 실험자 윤리에 대한 체계적인 논쟁과 원칙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밀그램의 실험은 한 참가자가 또 다른 상대참가자(실제로는 미리 실험을 공모한 협조자)에게 단어를 외우도록 학습시키는 선생 역할을 하면서 시작된다. 문제는 상대참가자가 단어를 암기하지 못했을 때 학습을 독려하기 위해 권고된 방법이다. 선생 역할의 참가자는 상대가 틀렸을 때 전기충격을 주며 15볼트로 시작해 450볼트까지 높인다. 참가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참가자 옆에 있던 권위적인 모습의 실험자는 단조롭고 단호한 말투로 ‘전기충격을 주세요. 그게 당신이 할 일입니다’라고 말한다.

당신이라면 명령에 복종하겠는가? 실험과 별도로 이런 상황을 사람들에게 상상토록 하고 전기충격을 줄지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가장 높은 수준의 전기충격까지 가했다.

밀그램의 실험이 권위에 복종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인간의 수동적인 면을 보여줬다면 짐바르도의 실험은 보다 능동적으로 공격성을 드러내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실험은 감옥을 경험하려 자원한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선택된 자원자들은 무작위로 죄수와 간수로 구분됐다. 실험자들은 감옥과 유사하게 개조된 공간에서 실제로 그곳을 감옥으로 알고 생활했다.

실험결과 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서로 의심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도움이 필요한 다른 죄수를 배려하지 않았다. 반면 간수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스스로 교대를 정하고 죄수들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했다. 죄수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고 포로수용소에서나 활용될 법한 독방감금, 벽보고 서기 등 비정한 방식으로 죄수들을 대했다.

이 실험들은 때로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공격적으로 타인을 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로 인용된다. 하지만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를 이해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평소와 달리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모습을 보인 상황은 ‘특정한 조건이 만족됐을 때’라는 것이다. 즉 전기충격을 가하도록 압박하고 간수들에게 완벽한 통제권을 부여한 실험진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여러 사람이 모인다고 항상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집단이 친사회적인 가치를 받아들이면 개인은 평소보다 더 선한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시민들이 함께 지하철을 들어 올려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출한 사례도 있다. 얼마 전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교황의 시복식에서는 수십만의 인파가 질서와 배려를 보이지 않았는가?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규율이 엄격하고 자유가 제한된 생활을 하면서 폭력의 심각성에 둔감해져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고 치부하지도 말아야 한다. 혹시 폭력에 대한 묵인이나 규칙·법에 근거하지 않은 직무범위를 벗어난 명령에 대한 방조가 용인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칼럼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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