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살리는 든든한 조력자 ‘체외순환사’를 아시나요
심장 살리는 든든한 조력자 ‘체외순환사’를 아시나요
  • 한정선 기자 (fk0824@k-health.com)
  • 승인 2022.11.23 17: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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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모 운영·관리 전문가…까다로운 자격요건 탓 국내 230명뿐
국내선 정식직업 인정 못받아…중환자들 위해 법적 제도화 시급
코로나19 위중증환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외순환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재 이들을 위한 제도적인프라는 미비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은 중환자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에크모장비(사진=대한체외순환사협회 배성진 회장 제공).

코로나19환자 급증으로 위중증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에크모(ECMO, 체외막 산소공급장치)’치료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에크모는 몸 밖에서 인공 폐와 혈액펌프로 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한 후 체내에 넣어주는 기기로 환자의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한다. 비수술상태에서 인공심폐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이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고도의 체외순환업무를 다루는 전문가를 ‘체외순환사’라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정식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해 빨리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김경환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체외순환사는 중증고위험환자의 에크모 준비부터 운영, 치료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면서 전문적 교육과 훈련을 받아 업무를 수행한다”며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직역에 관한 정의조차 없어 법적 권한과 책임조차 모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한체외순환사협회 배성진 회장(한림대강남성심병원 체외순환사)은 “중환자실과 응급실에서 환자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극도의 책임감과 긴장 속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직 국가차원에서 정식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요건 엄격해 국내 230여명에 불과

국내 체외순환사는 약 23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으며 남녀 비율은 각각 약 40%와 60%로 대부분 간호사나 임상병리사 등 의료인이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체외순환사가 공식적인 직업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권리와 의무, 제약은 물론 교육인증과정도 거의 없다. 이에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에서 ‘체외순환아카데미’를 설치해 인증시험을 거쳐 체외순환사 자격을 부여하는 체외순환사인증제도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환 이사장은 “국내 체외순환사는 1963년 최초의 심장수술 후 1968년부터 병원 내에서 공식임무를 수행했지만 제도화문제 등을 이유로 정기교육이 없어 도제식으로 명맥을 이어왔다”며 “체계화된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2011년 학회차원에서 체외순환사연수교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체외순환사가 공식직업은 아니지만 현장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격인증을 위한 지원자요구조건도 까다롭다. 즉 학회의 체외순환사인증과정에 지원하려면 심장수술 시행의료기관에서 체외순환사 근무경력이 5년 이상이거나 주도적으로 체외순환운영을 150례 이상 담당했어야 한다.

이후 체외순환아카데미에서 4년간 실기는 물론 기초·심화과목을 이수한 뒤 시험자격이 부여되며 과목별로 60점 이상 획득해야 자격증이 발급된다. 또 자격증 취득 이후에도 연간 8평점의 교육과 4평점의 실기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시 자격증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2021년 12월 체외순환사 82명이 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획득했으며 이들의 경력은 평균 15.7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선 정식직업 인정...빨리 제도화해야

미국의 경우 CAHEA(Committee on Allied Health Education ad Accreditation)에서 체외순환사교육과정 인가업무를 맡고 있다. 이는 미국 전역의 약 20개의 교육기관에서 진행 중이며 보통 20~24개월의 교육과정을 거친 후 시험을 통과해야만 자격을 부여한다.

유럽은 유럽관류협회(The European Board of Cardiovascular Perfusion, EBCP)를 통해 체계적 교육과 인준이 이뤄지는데 유럽지역 내 공인학교를 졸업한 뒤 임상경험과 필기, 구두, 실습시험을 통과하고 시험을 거쳐야 자격증 획득이 가능하다.

또 일본의 경우 국가차원에서 체외순환자격을 인정하는 임상공학기사제도가 도입됐으며 대학에서 임상공학과 졸업 후 국가시험을 통해 임상공학기사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즉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직업이다.

인력난도 큰 문제다. 배성진 회장은 “심장수술 시 급박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2명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일부병원에서는 인원부족으로 1명이 참여하거나 다른 병원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인력난을 토로했다.

이어 김경환 이사장은 “일부지역에서는 체외순환사가 부족해 응급수술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식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수가나 명확한 임금체계도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감염병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에 정부가 심장수술은 물론 감염병치료에 있어 필수인력인 체외순환사를 정식직업으로 인정하고 병원에서는 자격을 갖춘 체외순환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국민건강 수호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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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2022-12-01 11:57:51
신속한 제도마련이 필요합니다.